고 요 I
시간 안에서 모든 존재는 흐름을 탄다.
흐름은 서술이다.
문맥이 생기고, 논리가 세워진다.
시간을 넘어서면 흐름이 끊어지고, 문맥도 논리도 사라진다.
삶 이전의 존재가 거기 모습을 드러낸다.
존재에는 삶도 없고 죽음도 없다.
저 숲을 바라보라.
꽃은 꽃으로 언제나 들에 가득하고, 물은 물대로
어제, 오늘 변함없이 흐르지 않는가,
존재는 존재할 뿐 이유가 없다.
묵묵한 바위가 까닭이 있어 거기 그렇게 서 있는 것이 아니다.
존재는 아름답다.
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,
존재가 스스로 아름다울 뿐이다.
존재는 고요하다.
사방 한 뼘씩을 밝히고 선 호롱불처럼 호젓하다.
그리고, ‘고요’는 내 이름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