고 요 II
사진은 시간 예술이다.
시간은 사진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해서 틀리지 않는다.
그러나 근본에서 사진은 시간을 잘게 저며 내는 작업이다.
잘게 저며 낸 시간, 멈춰진 시간의 일상성과 모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.
시간을 늘여 놓아도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나기는 마찬가지이다.
그 멈춤의 틈, 늘여놓아 벌어진 틈에 시간은 그 속살을 감추고 있다.
시간이 정지한 곳. 시간 이전, 그리고 시간 이후의, 시간이 사라진 공간.
시간 밖으로의 출구, 빛으로 향한 길목에 내가 서 있다.